누군가의 인생에 드리워진 봄날 같은 순간, 혹은 제 시선이 머물고 바라본 순간이 제게 있었음을 기억합니다. 사진이나 글을 보다보면 어떤 시간이나 장소가 ‘덜컥’하고 눈앞에 쏟아졌던 경험, 한번쯤은 다들 있으시잖아요?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고 그랬던가요.
그래서 그 동안 보았던 것들을 그러모아 기록으로 남겨보기로 했습니다.
때로는 글로 추억을 그려내고, 사진으로 말을 걸어보기도 할 겁니다.
‘봄’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이야기, 봄을기억해는 그렇게 붙여진 이름입니다.
훗날 이러한 작업이 제게도 근사한 돌아봄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며 봄편지를 발행합니다.
[봄을기억해]는 매주 월요일 글과 사진을 담은 뉴스레터로 찾아옵니다.
BOM LETTER_이번엔 쉬어가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이번 이태원 참사에 간접적으로나마 연관이 있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고 저를 힘들게 하네요. 오늘 오후에 장례식장에 다녀왔습니다. 유가족분들을 위로하고, 떠나간 이의 넋을 기리고, 반나절 가까이 유가족분들을 도와 조문 행렬을 거들면서 생각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글쓰기 뿐이라면, 나는 글쓰기로라도 그를 기억하고 이야기해야겠다고.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글을 써보겠다고 모니터 앞에서 아등바등하면서 확인한 것은 저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열심히 글을 써보았지만 지금은 이번 사건으로 생긴 상처와 감정을 마주보는 거 그 자체로 너무 힘이 드네요. 평소에 눈물을 흘리는 일이 잘 없었던 제게 언제든 누르면 울 수 있는 눈물 버튼도 생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