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늘 그런 식이었다. 삶이 내게 지어 보이는 표정에 어느덧 익숙해졌다고 생각할 즈음이면 운명 느닷없이 변덕을 부리는 것 같았다. 이제 감 좀 잡았다 싶으면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지금까지는 맛보기였다구.'라고 말하듯 나를 내 삶의 다른 페이지로 훌쩍 넘겨버리곤 했던 것이다.
이번 2022년 12월을 맞이하는 기분이 꼭 그랬다. 하필 생일 주간에 코로나에 걸리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자가격리 기간이 끝난 후에도 코로나 후유증이 심각했던 까닭에 나는 한 동안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목소리가 갈라지는 것은 예삿일이고, 세 마디쯤 말하면 한 번 기침이 나오는 수준이다 보니 업무지시조차 전달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결국 병가를 내서 푹 쉬는 날을 보내고서야 기침에 끊기지 않고 말을 쭉 이어나갈 수 있을 만큼 회복이 됐다.
그러나 코로나로 깨진 루틴을 다시 이어가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애써 맞춰놓았던 퍼즐들이 이리저리 흐트러져 방을 한가득 채우고 있는 느낌이었다. 맞춰가야 하는 퍼즐은 여러 개인데 몸은 하나고, 그 와중에 건강을 회복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모든 것을 다 잘한다는 것은 욕심임이 분명했다. 내가 해야만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무엇을 택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고, 코로나 후유증이 몸의 모든 스위치를 내리는 느낌이 들었을 땐 그런 고민마저도 사치임을 느꼈다.
내가 제일 갈등했던 일은 뉴스레터였다. 상황이 상황이었으니만큼 뉴스레터 발행을 포기하는 것이 옳은 판단이었지만 계속 마음이 쓰였다. 발행 루틴을 놓아버렸다는 사실 그 자체로 침울해지기도 하고, 야심 차게 준비하던 컨텐츠 제작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중압감이 작용한 탓인지 글도 잘 써지지 않아서 그야말로 모든 것이 멈춘 느낌이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문구가 바로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표현이다. 월드 챔피언쉽 최하위권으로 시작해서, 한 팀 한 팀 내로라하는 강적들을 꺾고 우승하는 기적을 일으킨 팀 DRX와 Deft 선수로부터 유행하게 된 말이라고 한다. 이 말은 그들이 일구어낸 우승이라는 결과 덕분에 감동을 자아냈고, 널리 퍼졌다. 심지어 이번 카타르 월드컵 경기에도 응원 문구로 나올 만큼 유명해졌다.
이번 뉴스레터는 이 말에 기대어 발행해보기로 했다. 부족한 건 다시 조금씩 채워나가기로 하고, 글쓰기 그 자체에 다시 집중해보기로 한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