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무엇을 수집해보셨나요? [essay letter]
누군가의 인생에 드리워진 봄날 같은 순간, 혹은 제 시선이 머물고 바라본 순간이 제게 있었음을 기억합니다. 사진이나 글을 보다보면 어떤 시간이나 장소가 ‘덜컥’하고 눈앞에 쏟아졌던 경험, 한번쯤은 다들 있으시잖아요?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고 그랬던가요.
그래서 그 동안 보았던 것들을 그러모아 기록으로 남겨보기로 했습니다.
때로는 글로 추억을 그려내고, 사진으로 말을 걸어보기도 할 겁니다.
‘봄’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이야기, 봄을기억해는 그렇게 붙여진 이름입니다.
훗날 이러한 작업이 제게도 근사한 돌아봄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며 봄편지를 발행합니다.
[봄을기억해]는 매주 월요일 글과 사진을 담은 뉴스레터로 찾아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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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M LETTER_잡지가 인생에 미치는 영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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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나의 기쁨 중 하나는 잡지를 수집하는 일이었다. 당시의 내게 잡지는 흥미진진한 세상으로 다가가기 위한 창구였다. 잡지 속의 글과 사진에는 나름대로의 질서와 리듬이 있었고, 문장들 사이사이로 시대의 현주소가 낱낱히 기록되어 있었으니 보물창고도 그런 보물창고가 없었다. 지금이야 잡지의 그런 역할을 대체할 것들이 많아졌지만 그 때만해도 잡지가 최신 문물을 접하는 정보의 집결지나 다름없었다. 그야말로 팔딱팔딱 살아있는 날 것 그대로의 정보들이 있었다고 해야할까? 그만큼 거기에는 하나의 세계라고 해도 좋을만큼의 생생한 이야기가 존재했다. 마치 나니아 연대기의 주인공들이 옷장 너머로 또 다른 세상에 들어섰던 것처럼 나는 잡지를 매개로 해서 새로운 세상을 접하고, 수많은 인물들을 만났다. 특히 아트디렉터 알렉세이 브로도비치를 만난 것은 내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했으니 잡지는 나름대로 내 인생에 대한 지분(?)이 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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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잡지를 사모으기 시작한 건 사진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된 고3 때부터였다. 주로 모았던 잡지들은 월간사진, 포토넷과 같은 국내 잡지들이었다. 이후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게 되면서 월간디자인, 디자인정글, CA 같은 잡지들이 나의 컬렉션에 추가되었다. 물론, 여기에 말한 잡지들이 내가 모았던 잡지의 전부는 아니다. 가끔씩은 서점에서 불쑥 집어들고 온 것들도 있었는데 씨네21 같은 영화잡지나 하퍼스 바자, 보그 같은 패션잡지 그리고 이따금씩 강렬한 표지로 눈길을 사로잡았던 여러 이름 모를 잡지들이 그 주인공들이었다. 그만큼 잡지를 탐독하는 것은 내 일상에 새로운 활력을 더하는 일이기도 했다. 오랜 시간 잡지와 함께한 인연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편집디자이너로 취업하고 나서는 까사리빙, 에스콰이어라는 잡지의 지면 일부를 내 손으로 편집하는 날이 오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렇게 적고보니 잡지가 내 10대와 20대 시절을 통틀어 큰 영향을 준 매체였구나 하는 실감이 난다.
잡지에 실린 글과 사진들을 대체로 마음에 들어했지만, 새로운 잡지를 구입할 때마다 내가 제일 먼저 펼쳐들었던 부분은 그 잡지의 편집장이 한 달치의 생각을 꾹꾹 눌러담아 쓴 지면이었다. 잡지라는 공간으로 들어서는 이에게 보여지는 대자보 같은 느낌이랄까? 대개의 잡지에는 편집장에게 할애되는 지면이 있었고, 거기에는 그저 흘러가는 이야기가 아닌 생각하게 만드는 글들이 있었다. 때로는 변화하는 계절감이 그 안에 있었고, 잡지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치열함이 묻어나오기도 했으며, 어떨 때는 시대가 던지는 질문에 우직하게 답하는 글도 있었다. 시대정신이 담긴 글, 시대와 함께 살아가는 그 글들에서 ‘진짜’만이 가지는 반짝거림이 느껴졌다. 그만큼 빛나는 글들이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 그때를 돌이켜보면 잡지들의 편집장이 남기는 글에 대한 나의 감정은 동경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사로잡는 글에 대한 부러움, 언젠가는 나도 저런 글을 쓰고 싶다는 바람, 그들 같은 어른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갈망이 그 안에 있었다.
시간이 흘러 뉴스레터를 만들게 된 지금, 뉴스레터를 발행하기 위해 한 자 한 자 글을 쓸 때마다 그 때 보았던 편집장의 글을 생각한다. 글쓴이를 동경하던 소년은 결국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내 글도 누군가에게 그런 동경을 품게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그 시절의 그들처럼 시대가 던지는 질문에 답하는 이가 될 자신은 없지만,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내 글도 읽는 이의 마음에 가닿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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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EY BRODOVITCH_알렉세이 브로도비치, 그는 신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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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세이 브로도비치. 그의 작품들은 한마디로 우아하다. 잡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던 때, 그는 사진과 타이포그래피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았다. 그가 잡지 하퍼스 바자를 통해 보여준 레이아웃들의 유기적인 연결, 리듬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내가 타이포그래피에 흠뻑 빠지고, 편집 디자이너의 길에 매력을 느꼈던 것은 전적으로 그를 알게 된 덕분이다. 글과 사진, 디자인과 같은 창작 행위에는 모두 적절한 리듬감과 긴장감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그로부터 배웠다고 생각한다. 그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사진잡지에 실린 아트디렉터들에 대한 특집 기사에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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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저에게 가장 깊은 울림으로 남아있는 삶에 대한 메시지는 각각 책과 영화로부터 받았습니다. 놀랍게도 그 둘이 하고자 하는 말이 일맥상통한다는 생각을 했지요. 처음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은 회사의 필독도서로서였습니다. 언뜻 보기에 무슨 말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책 제목과 자기계발서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것 같은 이 책을 제 인생의 책 중 하나라고 말하게 될지 누가 알았을까요? 이 책이 200여 년의 세월을 넘어 우리에게 다가온 글이라는 점을 말해드리면 조금 특별하게 느껴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사실을 더 덧붙이자면 이 책의 지은이를 님도 잘 안다는 점입니다.
네, 맞아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유명한 애덤 스미스가 이 책을 만든 저자입니다. 대개 우리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표현과 함께 그를 말하거나 <국부론>을 집필한 사람 정도로만 애덤 스미스를 알고 있지요. 이 책을 읽은 저는 <국부론>의 저자나 경제학자로 그를 기억하기보다 <도덕감정론>의 저자로 그를 기억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이라는 책은 앞서 말한 <도덕감정론>을 현대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쉽게 풀이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덕감정론>은 무엇이냐. 바로 애덤 스미스가 생각하는 행복론입니다. 인생을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지, 왜 그런 것들이 우리에게 중요한지를 애덤 스미스는 자신이 포착한 통찰을 통해서 이야기합니다. 여기에서 저는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야할 태도가 어떤 것이어야할지 그 이정표를 찾은 느낌이었습니다. 네, 그에 따르면 2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우리 주변을 둘러싼 환경과 기술은 발전을 거듭해왔음에도 우리 인간들이 웃고 우는 이유만큼은 여전히 그대로인 것 같았습니다. 우리 인생이 가져야할 의미도, 삶이 흘러가야 할 방향도. 모든게요. 제게 올해가 가기 전에 다시 읽어야 할 책이 있다면 바로 이 책이네요.
책 속에는 여기서 언급하는 내용 말고도 여러 지혜들이 담겨있지만 애덤 스미스는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는 사랑받고 싶어한다는 명제를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우리가 아기 때 받았던 사랑에 가까운 의미입니다. 누구보다 가장 우선순위가 되었던 그 때, 모두가 나를 주목하고, 무제한적인 사랑을 베풀었던 아기 시절의 순간처럼 끊임없이 사랑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같은 맥락을 관통한다고 생각하는 대사가 있습니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서 셀린이 제시와 얘기를 나누면서 툭하고 던지는 이야기인데요.
"Isn't everything we do in life a way to be loved a little more?"
(우리가 살면서 하는 모든 것들은 좀 더 사랑받기 위한 게 아닐까?)
저는 여기에 매우 공감하는 바입니다. 짧게 줄여본다면 사랑을 받는다는 건 '누군가의 1순위가 되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세상의 많은 일들이 바로 이런 사랑을 받기 위해서 일어나고, 때로 일어나는 비극들은 그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충족할 수 없다고 느낄 때, 혹은 스스로가 충분히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점을 여러 경로로 확인한 이들이 표현하는 분노, 자해, 폭력과 같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 책 외에도 제 삶에 영향을 준 여러 책들이 있지만, 그 어느 책보다 먼저 소개하고 싶은 책이기에 오늘 이렇게 한 번 소개해봅니다. 애덤 스미스가 인간의 이기주의로 세상이 돌아간다고 말하는 경제학자가 아니라, 삶과 인간을 따스하게 볼 줄 아는 이였다는 점도 슬쩍 이야기해보면서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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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나 비슷비슷하겠지만 제가 다니는 연구소의 가장 마음에 드는 점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구성원들의 생일을 축하하는 동료들의 마음이 보이는 바로 이 순간입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생일을 축하하려는 마음이 어여쁘게 보인다고 할까요. 자기 팀의 누군가가 생일인 날이면 회의실 한 켠에 슬쩍 케이크가 올라와있습니다. 때로는 바쁘다는 이유로, 때로는 칼로리 걱정(?)으로 멈칫하는 때도 더러 있지만 생일 축하는 모두가 함께 하는 게 일상입니다. 한 달에 두어번 정도는 이런 생일날이 꼭 있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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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은 늘 분주한 움직임들로 가득합니다.
저마다 각자의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시간이기도 하고,
누군가를 얼른 만나려고 바삐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도 있을테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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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우리로 하여금 늘 경이로운 순간들을 마주하게 합니다.
그렇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지금 이 장소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상기시켜줍니다.
그것은 고개 들어 하늘을 마주하는 이에게만 주어지는 선물 같은 것입니다.
가끔은 저도 그 여유를 잊어버리곤 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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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글을 쓰다 마주한 댕댕이.
잠시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얌전하게 앉아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더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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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토요일에는 어반 스포츠에서 주최한 브릿지 워크 서울 2022 걷기를 참여하고 왔습니다.
아는 지인들과 처음 만나는 사람을 포함해 총 다섯명이 함께 10킬로를 걷고 왔는데요.
그리 빠른 걸음도 아니어서 코스를 구경하기도 하고, 서로 나누지 못했던 근황을 전하기도 하면서
함께 걷는 시간들이었어요. 중간에 카톡이 되지 않아 당황스러웠던 순간마저 에피소드가 되었습니다.
왁자지껄하고 즐거운 주말이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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